전세보증금을 지키는 세 가지 힘 — 대항력·우선변제권·최우선변제
마지막 업데이트: 2026-08-19
전세 계약을 하면 누구나 "전입신고하고 확정일자 받으세요"라는 말을 듣습니다. 그런데 그 둘이 각각 무엇을 해주는지, 왜 하필 같은 날 해야 하는지까지 설명해 주는 사람은 드뭅니다.
보증금을 지키는 장치는 사실 세 가지입니다. 대항력, 우선변제권, 최우선변제권. 이름이 비슷해 헷갈리지만 하는 일이 전혀 다릅니다. 하나씩 갈라 보겠습니다.
① 대항력 — "집주인이 바뀌어도 나는 계속 산다"
대항력은 집이 팔리거나 경매로 넘어가 주인이 바뀌어도 남은 계약기간 동안 계속 살 수 있고, 보증금도 새 주인에게 받을 수 있는 힘입니다.
요건은 두 가지입니다. 주택의 인도(실제로 이사해서 점유하는 것)와 전입신고. 둘 다 갖추면 그 다음 날 0시부터 효력이 생깁니다.
여기서 첫 번째 함정이 나옵니다. 대항력은 신고한 날이 아니라 다음 날부터입니다. 이사한 날 오전에 전입신고를 했더라도, 같은 날 오후에 집주인이 근저당을 설정하면 은행이 앞섭니다. 하루 차이로 순위가 밀리는 것입니다.
그래서 계약서에 "잔금일 다음 날까지 근저당을 설정하지 않는다"는 특약을 넣는 것이 안전합니다.
- 요건: 이사(점유) + 전입신고
- 효력 발생: 요건을 갖춘 다음 날 0시
- 효과: 집주인이 바뀌어도 계약과 보증금이 그대로 따라간다
② 우선변제권 — "경매 대금에서 순서대로 받는다"
대항력만으로는 부족한 경우가 있습니다. 집이 경매에 넘어가 팔렸을 때, 그 돈을 누가 먼저 가져가느냐는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우선변제권은 경매 대금에서 후순위 권리자보다 먼저 보증금을 받을 수 있는 권리입니다. 요건은 대항력 + 확정일자입니다.
확정일자는 계약서에 "이 날짜에 이 계약이 존재했다"고 공적으로 도장을 찍어 주는 것입니다. 주민센터, 등기소, 인터넷등기소에서 받을 수 있고 수수료는 몇백 원입니다.
순위는 날짜 순으로 정해집니다. 은행 근저당이 2026년 3월 1일에 잡혔고 내 확정일자가 3월 2일이면 은행이 먼저입니다. 반대면 내가 먼저입니다. 그래서 계약 전에 등기부등본을 떼어 선순위 근저당이 얼마나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 요건: 대항력(이사+전입신고) + 확정일자
- 효력: 확정일자를 받은 날 기준 (대항력이 이미 있으면 그날부터)
- 효과: 경매 대금에서 후순위보다 먼저 배당받는다
③ 최우선변제권 — "소액이면 순위를 뛰어넘는다"
보증금이 일정 금액 이하인 세입자에게는 특별한 보호가 있습니다. 선순위 근저당이 있어도 그보다 먼저 일정액을 받아 갈 수 있습니다. 이것이 최우선변제권입니다.
요건은 경매개시결정 등기 전까지 대항력을 갖추는 것입니다. 확정일자는 필요 없습니다.
다만 두 가지 제한이 있습니다. 첫째, 보증금이 지역별 기준액 이하여야 합니다. 둘째, 보증금 전액이 아니라 정해진 한도까지만 받습니다. 기준액과 한도는 지역(서울·과밀억제권역·광역시·그 밖)에 따라 다르고 시행령 개정으로 바뀝니다.
또 하나 중요한 점 — 기준은 계약 시점이 아니라 선순위 담보물권이 설정된 시점의 법령을 따릅니다. 오래된 근저당이 있는 집이라면 지금 기준이 아니라 그때 기준으로 판단된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실제로 무엇을 해야 하나
순서가 중요합니다. 계약 전에 확인하고, 잔금일에 바로 신고하고, 그날 확정일자까지 끝내는 것이 원칙입니다.
- 계약 전 — 등기부등본을 떼어 근저당·가압류 등 선순위 권리를 확인한다
- 계약 전 — 선순위 채권액 + 내 보증금이 시세의 70~80%를 넘으면 위험 신호다
- 계약할 때 — "잔금일 다음 날까지 담보권을 설정하지 않는다"는 특약을 넣는다
- 잔금·이사 당일 —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를 같은 날 끝낸다
- 이사 후 — 등기부등본을 다시 떼어 그 사이 새 권리가 붙지 않았는지 확인한다
이사를 나가야 하는데 보증금을 못 받았다면
여기서 많이 실수합니다.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은 점유와 전입신고를 유지해야 살아 있습니다. 보증금을 못 받은 채 짐을 빼고 주소를 옮기면 그 순간 두 권리가 모두 사라집니다.
이럴 때 쓰는 것이 임차권등기명령입니다. 법원에 신청해 등기부에 임차권을 기록해 두면, 이사를 나가고 전입신고를 옮겨도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이 그대로 유지됩니다.
신청은 계약이 끝난 뒤에 할 수 있고, 등기가 완료된 것을 확인한 다음에 이사해야 합니다. 신청만 해 두고 먼저 나가면 그 사이에 권리가 끊깁니다.
자주 묻는 질문
- Q. 전입신고와 확정일자, 하나만 하면 안 되나요?
- 둘 다 필요합니다. 전입신고만 하면 대항력은 생기지만 경매 대금에서 배당받을 순위가 없습니다. 확정일자만 받고 전입신고를 안 하면 우선변제권 자체가 생기지 않습니다. 확정일자는 대항력을 전제로 효력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 Q. 확정일자를 나중에 받으면 순위가 그날로 밀리나요?
- 그렇습니다. 우선변제권의 순위는 확정일자를 받은 날 기준입니다. 3월에 이사하고 6월에 확정일자를 받았는데 그 사이 4월에 근저당이 설정됐다면, 은행이 앞섭니다. 미루면 미룬 만큼 위험해집니다.
- Q.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에 가입했으면 이런 걸 몰라도 되나요?
- 보증에 가입했더라도 대항력과 확정일자는 갖춰 두는 것이 맞습니다. 보증 상품에도 요건과 예외가 있고, 심사 과정에서 임차인의 권리 상태를 확인합니다. 둘은 서로를 대체하는 관계가 아니라 겹겹이 쌓는 관계입니다.
- Q. 가족만 전입신고를 해도 되나요?
- 임차인 본인이 아닌 배우자나 자녀만 전입한 경우에도 대항력이 인정된 판례가 있습니다. 다만 다툼의 여지가 있으므로 임차인 본인이 전입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 Q. 월세도 해당되나요?
- 됩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전세와 월세를 구분하지 않습니다. 월세 계약이라도 보증금이 있으면 같은 절차로 보호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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